배우의 캐릭터 구축 정서 논리 기억

정서와 논리

일련의 연기 목록을 장성하여 다양한 정서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해보자. 예를 들면 사랑을 선택해 놓고 인간의 열정을 자극하는 사건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어떤 행동이 그런 열정을 일으키나?

 

우선 그것은 여자와 남자 사이의 만남이었다. 열정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든 서서히 발생하든 간에 어느 한쪽의 관심이든가 아니면 둘 다 장차 연인이 될 이 두 사람에게는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들은 마나는 순간을 기억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이들은 또 한번의 만남을 위해 핑계를 찾는다. 이들은 두 번째로 만난다. 이들은 앞으로 더 자주 만나기 위해 공동 관심사, 공동의 행동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첫 번째 비밀은 서로를 끌어당겨 더 세게 묶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서로 친절하게 충고해 주고 이로 인해 추후에도 계속 만나게 되고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진전되는 법이다. 맨 처음의 말다툼, 비난, 의심, 불편한 관계를 떨쳐 버리기 위한 해명, 신선한 만남, 화해, 종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관계, 그들이 만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 은밀이 오가는 서신, 은밀한 밀회, 첫 선물, 첫 키스 날로 더해가는 서로 간의 요구, 질투, 헤어짐 그리고는 또다시 만나서 서로를 용서하고 상황은 또 그렇게 진척되어 간다.

 

이런 순간과 행동들은 모두 내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모두는 감정, 열정 또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반영한다.

 

만일 배우가 상상 속에서 세부 상황의 정당한 근거를 마련하고 적절하게 사고하며 성실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일련의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외형적이지만 그다음에는 내면적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런 준비를 했기 때문에 보다 쉽게 맡은 역할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서 기억

과거 한때 느꼈던 감정을 되살려 내는 그런 류의 기억을 정서기억이라고 한다.

 

시각적 기억이 잊어버린 물건, 장소 또는 인간의 내면적 이미지를 되살아나게 하는 작용이라면 정서 기억은 이미 경험한 감정을 되살리는 작용을 말한다. 갑자기 어떤 암시, 어떤 생각, 낯익은 사물이 완전히 되살아 날 때 이것은 단지 회상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때로 정서는 종전만큼 강하게 혹은 더 약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그와 똑같은 강렬한 정서가 변형되어 되살아나기도 한다. 

 

연출가는 인간의 오감과 관련된 감각적 기억과 정서 기억과는 구분해야 한다. 인상을 가장 강하게 받는 오감중의 하나가 시각이다. 청각 또한 민감한 기관이다. 후각, 미각과 촉각도 유용하며 때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해도 이들은 보조적 역할로 정서 기억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시간은 기억된 감정을 정화시키는 성능 좋은 필더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시간은 모든것을 정화할 뿐 아니라 심지어 고통스럽도록 사실적인 기억조차 아름다운 시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배우가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정서적 재료에 관한 그림을 그려내는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정서 기억이 풍부하면 할수록 내면적 창조 재료도 그만큼 많아진다.

 

정서 기억이 지닌 위력이나 견고한 부동성이나 정서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재료의 질을 구별할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모든 창조적 경험은 정서 기억의 힘과 예민함과 정확성에 비례해서 생생하고 풍요러워지는 것이다. 때때로 인상적인 것은 지속적으로 배우의 내부에 잠재하여 성장하기도 하고 보다 심오하게 변하기도 한다.

 

어린 인상적 요인들은 새로운 과정을 자극하면서 심지어 완성되지 않은 세부 기억을 충족시켜 주거나 전혀 새로운 기억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이 위험한 순간에 처했을 때는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 그 기억을 회상했을 때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경험한 원래의 검정보다 정서 기억이 한층 더 위력적임을 입증하는 좋은 본보기이다.